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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28​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바릴로체까지 24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달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티로버스터미널에서 일어났던 일 때문에 그 24시간은 끝없는 자기반성과 괴로운 생각들로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그렇게 여행을 포기 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 끝에 도착한 바릴로체는 ‘이래도 여행 안할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저녁 시간이 지난 후라 해가 지고 있었다. 남미의 스위스라는 바릴로체의 첫 인상은 따뜻했다. 스위스 풍의 집들과 설산은 해가 져도 어둠에 덮이지 않고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이 날, 체크 인 후 짐을 풀고 쉬고 있었는데 아이폰인 우리 핸드폰에 도둑맞은 아이패드의 위치가 갑자기 잡혔다.

소매치기 범들은 사건이 있은 후 잠적하고 있다가 이틀이 지나고 레티로 버스 정류장에서 몇 키로 떨어진 공원에서 아이패드를 열어 본 것이다. 진짜 치밀한 놈들이다.

우린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 아이패드를 영영 쓰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아마 우리가 그렇게 했을때 공원에선 아이패드에서 삐익- 삐익- 거리는 경고음이 크게 틀어져 그 소매치기 범들은 꽤나 놀랐을 것이다. 그러고 먹통이 된 아이패드를 전원을 바로 꺼버리고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했겠지. 우리가 짐을 되찾거나 신고를 할 순 없지만 아이패드는 막았다는 것에 그나마 통쾌했다..

그리고 이 놈들이 더 웃긴 것은 훔친 T의 지갑에서 시스템 문제로 하나카드를 막지 못했었는데 그 카드를 꺼내 근처 가게에서 심카드를 샀다..ㅋㅋㅋㅋㅋㅋㅋㅋ 만원정도 깨알로 카드로 샀다고 문자가 오는데 얼마나 화가나던지..!!!! 어쨋든 이들과는 더 이상 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바릴로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우리는 그제야 웃으며 하루를 정리 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숙소에서 보이는 해가 밝은 바릴로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이때 바릴로체가 비성수기라 우린 숙소도 엄청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는데, 우리 숙소 측의 잘못으로 우리가 예약했던 방보다 하나 더 업그레이드 된 방에서 묵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도시 전망이 보이는 좋은 방에서 바릴로체를 실컷 볼 수 있었다.
이것이 고진감래.? 작은 것이지만 이런 것에 위로를 받는다.

지금은 돈이 없으니 배고플 땐 비스킷에 딸기잼을 발라먹고.. 바릴로체를 구경하러 나갔다.


숙소를 나와 골목을 돌면 바로 이런 풍경이!

유럽을 돌 때에는 스위스 물가가 너무 비싸서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유럽일주에선 스위스를 빼버렸고.

지금 우린 남미의 스위스에 와있다.

바릴로체라는 이름은 ‘산 뒤에서 온 사람들’ 이라는 의미에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예전부터 이쪽에 많은 유럽의 선교사들이 안데스 산맥을 넘어 들어왔고 19세기 후반에 스위스 사람들과 이탈리아 사람들이 바릴로체를 보고 이민을 많이 와 정착하면서 지금의 바릴로체가 만들어졌다.

자연경관도 스위스와 비슷해 바릴로체에 들어서 있으면 이 곳이 남미인지 유럽인지 헷갈릴 정도다.

스위스인들의 정착지답게 바릴로체에서 유명한 것은 초콜릿이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수제 초콜릿을 파는 가게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많은 여행자들이 바릴로체에 오면 꼭 사먹는 이 소고기 샌드위치.

광장 뒤로 돌아가면 가판대를 열고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있다. 여기선 소고기 스테이크를 바로 구워서 빵안에 두툼하게 끼워서 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소스를 취향대로 넣어 먹으면 되는데, 두툼한 소고기에 치미추리 소스를 넣어주면 맛이 기가 막히다. 고기러버는 싫어 할 수가 없는 맛. 그러나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샌드위치라 위생은 좋지 않다. 핏물이 흐르는 소고기를 그냥 대야에 쌓아 놓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구워주는 식이라 중간에 파리들이..ㅎ

-샤오샤오호텔 전망대

바릴로체 시내에서 샤오샤오 호텔로 가는 20번 시내버스를 타고 3-40분 정도를 달리면 마지막 정류장 : 샤오샤오(llao llao) 호텔에 내려준다.

이 곳은 아름다운 전망으로 유명하다. 근데 우린 일단 샤오샤오 호텔에 내리긴 했는데 어디가 전망대인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근데 전망대가 따로 있는거 같진 않고 샤오샤오 호텔에서 보는 풍경이 멋있다고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물어보니 이 곳에도 트렉킹 코스가 있어서 샤오샤오 호텔에서 내려와 왼쪽으로 가면 코스가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호텔쪽에서 사진 찍고 트렉킹 코스로 가보았다.

샤오샤오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판에 적힌 서키토 치코쪽으로 가면 샤오샤오 전망대라 불리는 곳이 나온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쪽으로 향하는데 아무리 걸어도 전망대는 나오지 않는다..

가다보니 트렉킹 코스가 나오기는 하는데 설명도 제대로 적혀있지 않고, 비수기라 그런지 트렉킹 코스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 같았다.

길이 완전 자연 그대로라 나무들이 이리저리 나있어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뭔가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라 즐겁긴 했지만 우린 이 전망대 이후에 다른 전망대를 또 찾아갈 예정이라 모험을 그만두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알고보니 여기서 끝까지 올라가려면 세시간은 여유를 둬야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두번째로 찾아갈 전망대는 바릴로체 시내와 샤오샤오 호텔의 중간쯤에 있는 전망대라 버스를 기다리던중.

이 곳에서 호수쪽 전망도 무지 아름답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니 작은 교회가 있었다. 언덕 위 작은 교회. 너무나도 귀엽다.


두번째 전망대.

Cerro campanario.

이 곳에 가면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왕복 150페소)- 최근 정보에 의하면 가격이 올라 250페소라고 한다.

나머진 내 두 다리를 믿고 삼십분 정도 등산하기.

다른 블로그로 사전에 봤을때 별로 힘들지 않다는 글을 봤었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등산을 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가는 길이 등산로로 잘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그냥 마른 흙 바닥이었다.
더군다나 경사도 가팔라서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자꾸 미끄러져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결론.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니 그냥 케이블카 타는게 나을 듯. 등산로가 재밌지 않다.




전망대로 올라오는 길에 먼지를 워낙 많이 먹어서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는데

탁 트인 전망을 보자마자 풀렸다.

바릴로체의 자연은 진짜 말도 안되게 멋있다..

이런 자연이 아무데나 가도 있다는게 너무 부럽다.

저 날 엄청 더웠는데 전망대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설산과 호수를 바라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 바릴로체 맛집 ‘Jauja’

돈 아끼느라고 점심에 비스킷 먹고 버티고 저녁엔 파스타 많이 삶아서 토마토소스에만 버무려 먹다가 우리의 비보를 전해 들은 캄보디아 엄마 아빠께서 맛있는 거라도 사먹으라고 용돈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우울한 기분 맛있는거 먹고 풀자하고 송어스테이크와 사슴 굴라쉬로 유명한 하우하 레스토랑으로 찾아왔다.

확실히 비수기라 그런지 꽤 유명한 레스토랑인데도 사람이 우리랑 한 커플밖에 없었다.

음식을 시키자 따끈따끈한 빵이랑 버터가 에피타이저로 나왔다.

혹시 나중에 돈을 요구 할 수 있으니 공짜인지 물어보고 서비스라는 말을 듣자 맘 편하게 버터를 발라 집어 먹었다.

그 다음 차례차례 나오는 음식.

사슴 굴라쉬는 솔직히 생각보다 맛있진 않았다. 좀 싱겁고 특별한 맛이 없었달까. 그냥 사슴고기를 먹은데에 의미를 두었다.

근데 송어 스테이크는 비리지도 않고 정말 맛있었다! 남미 쪽은 뜨루챠라고 송어를 튀겨서 많이 먹는데 길거리나 시장에서 사먹는건 비려서 많이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바릴로체 레스토랑에서 먹은 이 송어 스테이크는 한 입 한 입이 놀라움의 연속 이었다.

메뉴에 송어 스테이크에 크림 소스를 얹어 나오는 요리가 있었는데 나중에 그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바릴로체에선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들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위로의 바릴로체 다음에 또 와서 더 오래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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