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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2017년의 마지막 날 



우리에겐 조금 지겨웠던 볼리비아를 지나 푸노를 거쳐 페루에 입국했다.

코파카바나 글에도 썻듯 푸노에 도착하니, 비슷한 분위기의 바로 옆나라의 볼리비아랑은 또 다른 

곳이엇다. 


볼리비아랑 페루는 여행하다보면 현지인들의 생김새라던가 먹는 음식이라던가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페루는 뭔가 상향된 볼리비아라고 해야 하나. 도시의 인프라가 볼리비아의 것보다 확실히 좋다. 나라도 전체적으로 볼리비아보다 깨끗하고 쾌적하다. 그래서 푸노에 들어서자마자 아니 바로 옆동넨데 어찌 이리 다른가 놀라웠다. 푸노에서 쿠스코로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 시간에 심카드를 사고 현금을 인출하러 시내로 갔다.

시내쪽에는 푸노의 상징인 아름다운 대성당도 있다. 하지만 우린 자투리 시간안에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구경못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치며 눈으로만 훑었다. 

그렇게 푸노에서 가장 수수료가 적게 드는 은행에 도착했는데..

그 다음날이 1월 1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은행 건물을 정말 한 바퀴를 둘러싸고 줄을 서있었다.이것도 진풍경이라 칠 만 했다. 어쨋든 생소한 광경이었기 때문에. 안그래도 이 은행 말고는 다른 은행들은 수수료를 정말 배보다 배꼽이 클 정도로 많이 받기 때문에 현지인은 이 은행만 사용하는데.. 우리가 타이밍이 안좋았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 동안 정말 줄만 서있다 현금을 인출하고 부리나케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갔다. 무사히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쿠스코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렇게 도착한 페루의 수도 쿠스코.

숙소는 역시나 에어비앤비를 사용해서 얻었다. 이번에는 며칠후면 올 '돼끼'(올 해 20세 된 친동생)와 함께 지낼것이기 때문에 큰 거실에 방 두개인 곳을 얻었다. 사진의 저 방은 돼끼와 내가 같이 사용했던 방. 지금 사진첩들을 뒤져보면 왜 그렇게 숙소 사진들을 안찍어놨는지 의문이다.

숙소에 짐을 놓고 데사유노: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냥 무작정 길을 걷던 중 갑자기 앞에서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더니 T를 덮쳤다. 

"페루에 온 것을 환영해(~˘▾˘)~ ٩(`・ω・´)و

격하게 환형해주는 강아지 무리와 헤어지고 또 길을 걸어가다 몇몇의 현지인들이 앉아서 밥을 먹던 노점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이 멈췄다. 

현지인들이 먹고 있던 그릇들을 싹 훑은 뒤 주인 아주머니에게 저 사람이 먹고 있는 거하고 똑같은 거 주세요 하고 받은 페루식 아침 식사. 사진에 나온 것처럼 닭고기 국물 베이스인 듯 한 죽과 갈비가 올라가있는 밥, 그리고 후식까지의 1인 코스 아침 식사 였는데. 우린 그걸 모르고 죽 하나, 고긱 밥 하나 달라고 해서 아주머니가 우리가 나눠먹는 건 줄 알고 1인 코스 요리만 주셨다.ㅠㅠ 우린 그런건줄도 모르고 있다가 계산 할 때야 이 사실을 알게됐다. 음식을 두 개 시킨 거 치고는 너무 싼 가격이었기에. 페루식 아침식사, 데사유노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그 코스가 딱 한국인에게 맞춰져있다고 해야 하나. 유럽에서 아침마다 빵만 먹는것에 신물이 나던 나에겐 너무나도 잘 맞는 아침식사였다. 정말 신기한것은 거리로 치면 유럽과 한국이 더 가까운데 음식 문화만 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와 우리 음식이 참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배고픔에 허덕이다 맛있는 밥을 만나 허겁지겁 먹는 우리를 보고 흐뭇해 하셨다. 


쿠스코에 일주일정도 머무르면서 많이 들렀던 시장.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안돼서 아직도 시장의 중간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져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가게마다 여러 디자인의 팬티를 파는데, 유독 노란색의 것들만 팔고 있다.그래서 시장 길이 온통 노란 팬티의 물결이다.

이 노란팬티와 시장에 팔고 있던 온갖 포도는 남미의 새해를 맞이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이다.

남미에서는 12월 31, 새해를 맞이하며 재물운을 상징하는 노란팬티를 입고 밤에 카운트 다운하며 포도 12알을 한 알, 한 알 먹는 풍습이 있다. 포도 12알은 1알마다 한 달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 꺼번에 먹으면 안되고 소원을 빌며 꼭 한 알, 한 알 먹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우리도 노란팬티를 입진 않았지만 크고 맛있어 보이는 청포도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나가다 본 가게에서 산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는 덤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2018년이 찾아오는 순간이 되었다.

내가 이 순간을 바란건 포도를 한 알, 한 알 먹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바로 이 새해 폭죽을 위해!

남미 사람들은 일 년 동안 이 순간을 위해 돈 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폭죽을 쏜다고 한다. 거대한 폭죽 몇 발에 날라가 아름답게 흩어지는 일 년 동안의 급여여~

남미의 호탕한 친구들 덕엔 우린 잊지 못 할 추억을 남겼다.

12시가 되기 한 시간 전부터 승질 급한 친구들은 폭죽을 쏘기 시작했다. 그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속초에서 쏘는 폭죽이 아니라 진짜 축제 폭죽이라구!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자 엄청난 화약 냄새와 더불어 펑!하는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란 자동차들이 삐용삐용 울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전쟁 난 줄 알았을 거다.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 쿠스코의 까만 밤엔 형형색깔이 폭죽이 꽃처럼 퍼지고 있었다.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카메라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아르헨티나 도둑이 미워진다. 

밤하늘이 꽃을 보며 깔깔 거리며 웃는 옆집 쿠스코의 가족들.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대혼란이다. 

T와 나도 쿠스코의 수많은 집 가운데, 창 문을 열어두고 쿠스코의 사랑스런 밤하늘을 바라보며 청포도를 한 알, 한 알 삼켰다. 2018년의 계속 되는 여행에도 즐거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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