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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5-18


안탈리아와 마찬가지로 터키의 휴양도시로 유명한 페티예.

페티예의 바닷가는 해변이 없고 항구라 보트투어를 많이 예약하고
페티예에서 조금 더 가면 있는 왈루데니즈라는 곳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사실 페티예는 투어나 해변을 놀러가는 것 말고는 도시도 작고 볼 것도 별로 없지만 뒹굴거리가 좋아하는 우리는 투어를 포기하고 페티예에서 전원일기를 찍기로 했다.

이번에 머물게된 페티예의 숙소.
예쁜 인테리어에 다갖춰진 부엌, 에어컨이 방마다 달려있고 작은 정원에 테라스도 있다.
하룻밤에 이만원 정도에 머물게 됐는데 에어비앤비로 머물렀던 숙소중 손에 꼽히게 좋았다.
부엌에 처음으로 밥솥이 있었다.!

나는 빵보다는 밥체질이라 꾸준히 밥을 해서 먹어야 했는데 유럽여행 하는 내내 숙소의 부엌에서는 밥솥의 ㅂ 자도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포기할 수 없어 관심도 없던 냄비밥에 도전하게 되는데...

이제는 냄비밥 5개월 차. 시간도 안재고 불조절도 감으로 하는데도 눌은밥 없이 고슬하게 밥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밥을 짓다보니 압력밥솥보다 냄비밥이 맛있는것 같다는 착각도 종종 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밥솥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괜히 이번 숙소 언니와 공감대가 형성된 느낌.



우리 숙소가 있는 쪽은 거주 구역이라 빌라들이 모여있다. 이 쪽은 해도 잘들고 땅도 좋은지 집들마다 푸른 물결이 인다. 올리브 나무 , 레몬 나몬, 라임나무, 무화과나무,포도 나무 , 석류나무등 따뜻한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이 한 집 걸러 심어져 있었다. 이제야 열매들이 익어가는 중이라 아직은 푸른빛만 돈다. 그래도 페티예의 햇살을 받으며 골목 골목을 거닐때마다 나무 구경하고 열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페티예를 지나가면 페티예 골목은 알록달록 예쁘게 익은 열매들로 더 예뻐지겠지.



지나가다 야생의 냐옹이 출현! 처음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놈이다.





야 일로 와봐~ 하고 부르니까 도도도 걸어와서 굳이 안넘어도 되는 나무를 구렁이 담넘어가듯 요상한 자세로 통과해 "나를 만져라!"라는 듯 누워 애교를 부린다. 한참을 손으로 놀아주고 다시 길을 떠났다.

다른 냐옹이 출현! 역시나 페티예에도 고양이들이 이곳 저곳 많이 보인다.


터키 여행다니면서 이스탄불 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에서는 개인으로도 그렇고 공적으로도 길고양이들을 위한 것들이 많다. 개인들은 자기네 집 앞이나 가게앞에 길고양이들이 항상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물그릇도 놔주고 페티예 항구에는 페티예에서 설치한 길고양이나 강아지들을 위한 정수기를 설치해 놓았다. 터키사람들이 이렇게 동물들에게 많이 베풀어줘서 그런지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경계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처럼 반갑다고 달려온다.

그러고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고양이의 특성을 살갑지 않고 자기가 원할 때만 곁을 내준다고 하는데. 그게 고양이들의 원래 성격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에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터키에서는 옛날부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고 고양이들에게 살갑게 대하기 때문에 고양이들도 안심하고 인간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거고 반대로 우리나라는 옛부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안좋기도 하고 그래서 생긴 선입견 때문에 길고양이들을 안좋게 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양이들이 사람을 보면 심하게 경계를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우리나라 길고양이와 / 애완 고양이들, 터키 길고양이들을 보기만 해도 확연히 알 수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냥 길 지나가다 누워있는 고양이나 갑자기 만나는 고양이들과 소통을 할 수 없을거라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이 동네에서 어디서나 산만 보면 볼 수 있는 아민타스석굴묘를 보러 가는 중이다.

언덕을 오르다 본 무화과 나무.
무화과 열매는 처음엔 초록 호두처럼 크다가 더 익으면 열매가 아래부터 퐉! 하고 열려 빨간 속살을 드러낸다. 그러다 더 익으면 껍질은 좀더 노란 기를 보이고 빨갛고 하얀속살은 우리가 평소에 보던 건무화과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요즘 한국에선 무화과 열매가 인기던데 여기는 그냥 가다보면 무화과 열매가 아무데나 떨어져 있다.

이 석굴묘는 왕의 무덤으로 바위를 자세히 보면 아래에 'Herparnias의 아들 Amintas의 무덤'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이 무덤이 지어진 시기가 기원전 4세기 경이라 대략 2400년 쯤 돼 무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언덕의 꼭대기쯤에 무덤이 있어 위로 더 올라가려면 무덤 밑 쪽에 있는 관리인에게 5리라를 입장료로 내고 가야 하지만. 무덤 밑에만 가도 무덤이 잘 보이기 때문에 굳이 위로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 사실 입장료가 비싸지 않지만 계단이 너무 많아 포기..ㅋㅋ
여기까지만 해도 거의 끝 쪽이라 페티예 동네의 전경이 잘 보였다.


다시 시내로 내려 가는 길.
해가 뉘엿뉘엿한 저녁이다. 엄마들은 밖으로 나와 빨래를 널어놓고 하루를 마치고 배가 고플 가족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해주기 위해 부엌에서 한참 분주하다.

엄마가 부엌에서 국을 보글보글 끓이고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동안 할아버지와 소년은 엄마의 '밥 먹으러 들어오세요!'라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무료한 시간을 달래며 같이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따뜻하게 지는 햇살과 강아지도 짓지않는 조용한 동네에 할아버지와 소년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와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한다.

나도 어렸을땐 할아버지 몸 이곳저곳에 매달려 같이 티비를 보는 걸 좋아했었는데.
공기가 건조한지 코가 시큰하다.

페티예에선 투어 할 기회를 버리고 동네구경과 석굴묘밖에 보지 않았지만 동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페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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