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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두번째 아침이 밝았다.


집 밖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키우는 고양인지 건강한 고양이 한 마리가 아침인사 해준다.
어디 산책이라도 갔다 온 모양이다.

파리에서는 3박 4일의 시간을 갖기로 했지만 워낙 박물관이나 이것 저것 볼 것이 많아서 좀 빠듯하게 일정을 잡았다.

그래서 두번째 날은 오전에 아침먹고 바로 나와 오르셰 박물관 보기.

점심 대충 먹고

배르사유 궁전으로 가기!

이렇게 보면 할 건 두가지밖에 없으니 쉬워 보이지만 진짜 빡센 일정이다.

베르사유 궁전은 사람들이 워낙 많이 가고 뮤지엄 패스 줄이 따로 없기 때문에 보통 궁전 오픈 전에 가서 일찍 줄을 서서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근데 그렇게 일찍부터 배르사유로 가려면 이동시간만 한시간 반정도가 걸리기에 아침 여섯시부터 밥해먹고 일찍 준비를 해야했다..

이미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새벽 한시가 지났고 도저히 여섯시에 일어날 수 없을거 같아 아예 한가한 오후 시간으로 잡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아홉시에 일어나 밥을 해먹고 오르셰로 찾아갔다.


오르셰 미술관에 가서 경비 아저씨한테 펜을 빌려 뮤지엄 패스에 오늘 날짜를 적어 개시한 뒤 빠르게 들어가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 했다. 이번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알차게 구경하고 싶었다. 가격은 5유로.

오르셰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고.
구경하는데 힘들진 않았지만 여자 화장실엔 언제나 길게 줄이 서있었다 ㅠ 한 번 포기했다가 두번째 찾아갔을 땐 십분 정도 줄서서 갔다왔나.. 화장실 한 번 가기 힘들다.

오르셰는 오디오 가이드 빌려서 관람하는 것 추천이다. 확실히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작품을 구경하니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고흐 별이 빛나는 밤은 한국에서 전시 할 때 가서 보고 엄청 감탄 했었는데
원래 있던 박물관에서 보니 또 새로웠다.

로댕의 지옥의 문은 많은 콘텐츠에서 봤던 것처럼 어마무시하진 않았지만
하나 하나 묘사된 사람의 형상들이 정말 섬세했다. 저 가운데 위 쪽이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은 결국 미완성인 채로 남겨지게 됐다는데 완성됐다면 더 멋있었을거 같다.

확실히 작년에 학교에서 서양 미술사 수업을 들어놓은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림들 보면서 그 때 들었던 수업 내용을 끄집어 내서 다시 한 번 봐보고. 오르셰 미술관은 정말 알차게 재밌게 볼 수 있었다.

5층으로 가 밖으로 나가면 이렇게 센 강을 볼 수 있다. 전시를 다 보고 높은 곳에서 센 강을 바라보니 마음도 진정되고 바람이 기분 좋았다.

오르셰 미술관에서 구석구석 다니며 즐겁게 보고 나와 까르푸에서 샌드위치랑 초코빵, 오렌지 쥬스를 사서 미술관 앞 계단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둘기 들과 같이 나눠먹으며 어느정도 배를 채운 뒤 베르사유로 바로 출발했다.

파리 시내에서만 다닐거면 교통권을 1-2존 것만 끊으면 되지만 베르사유는 4존에 있기 때문에 교통권이 비싸다.

우리는 오르셰도 다니고 파리 시내 구경을 많이 할거라 아예 1-4존 1일권을 끊었다.

오르셰에서 바로 RER을 타고 베르사유로 한시간 반 가량 간 후 드디어 도착했다.


이 때가 3시쯤 됐는데 아직도 사람이 많다.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았다.
아침에 왔으면 도대체 얼마나 많았을까... 그나마 지금이 비수기라 다행이었다.

뮤지엄 패스 줄이 따로 없기에 같이 줄을 슨 후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하고 궁전으로 들어가려던 중!

문득 짐 검사를 하며 짐을 통과 시킨 뒤 짐은 안챙기고 몸만 달랑 와버렸다는걸 깨달았다. 오분밖에 지나지 않았어서 막 뛰어가 직원들한테 물어보고 같이 찾았는데 결국 나오지 않았다..

없어진 짐은 이어폰이랑 선글라스 케이스랑 1일 교통권 ㅠㅠ...

도대체 어떤 사람이 가져갔는지!!! 그걸 왜 챙기는지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났지만 명백히 내 잘못이기에 마음이 허했다.

직원들은 내가 속상해하니까 한참 같이 찾아주다 사무실로 가서 다시 같이 찾아줄까? 했지만 사실 엄청난 걸 잃어버린건 아닌거라 너무 미안해 괜찮다고 하고 궁전으로 들어갔다.

내가 지갑을 잃어서 큰 돈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도 직원들이 정말 안타까워 해줘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맙고 내가 더 미안했다.


근데 소인배인 나는 괜찮다고 하고 궁전에 들어섰지만 궁전구경은 커녕 궁전 구경 하는 다른 사람들의 손만 쳐다보며 다녔다.. 혹시나 누가 주인 찾아주려고 손에 들고 다니는지 아님 혹시나 누가 뻔뻔하게 들고 다닐지.. 그래서 사진이 달랑 저거 세 장 이다. 이거 때문에 베르사유 궁전은 나에게 아주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도 많아서 궁전 구경도 제대로 못하는데 마음은 불편하고 화가나고 덥고 다른 사람들 땀냄새나고!!


이 후 베르사유 궁전의 묘미는 정원 구경이지만 정원 가격은 또 따로라 (뮤지엄 패스 적용이 안된다) 감정도 몸상태도 최저였던 나는 정원을 보지 않고 파리 시내로 돌아와 버렸다.




요즘에 유럽 여행 다니면서 맨날 맨날 바쁘고 할 것도 많은데 나는 꼼꼼하지 못해 실수만 하니 이제는 작은 실수가 생기면 모든게 망해 버린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실수가 있고 사건이 있었어도 그걸 미래까지 끌고 가지 말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냈어야 했는데 말이다..

여행은 숙제처럼 다니는게 아닌데 요즘엔 정말 숙제처리 하듯 한다. 여행을 숙제처리 하듯 하니 제대로 감상하며 다니지 못한다. 베르사유처럼.

내가 행복한 마음이었으면 베르사유도 지금하고 다르게 멋지게 보이지 않았을까.

다시 RER을 타고 파리 시내로 돌아가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다. 여유있고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직도 한참 인 거 같다.

그렇게 혼자 우울해 하며 가다보니
이런 멋진 풍경이 나왔다.


그래 역시 파리는 에펠탑이지.


우울했는데 이런 풍경을 보니 단번에 사르륵 풀렸다. 진짜 단순하다 나는.

오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에펠탑.


언제나 그렇지만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면 안된다.

에펠탑이 제일 잘보이는 곳은 사진의 이 곳.
인셉션에 나와 유명한 비르하케임 다리.
샤요궁은 이펠탑의 정면 사진으로 유명하고 이 비르하케임 다리에선 에펠탑의 옆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리를 볼 수 없어 조금 아쉽지만 정말 멋있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개선문!




개선문도 뮤지엄 패스로 들어 갈 수 있다!
전망대로 가려면 많은 계단을 헉헉 거리며 올라가야 한다.
그래도 열심히 올라가면 이런 파리의 모습이!

나폴레옹 3세 당시 파리의 중세모습을 벗고 근대화 하기 위해 센 현의 지사였던 조르주 오스만 남작에게 임명해 파리의 모습을 개조한다.

현재 파리 도시의 모습은 도로를 넓히고 낡은 건물은 부시고 상하수도 시설을 다시 제대로 갖춘 개획 도시다.

개선문 위에선 그런 파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오르셰부터 베르사유 개선문까지 정말 힘든 하루였다. 파리는 신기한게 해가 정말 늦게졌다. 아홉시나 돼야 어둑해졌다. 몸이 정말 힘들어서 이제 들어가 자야 할 시간인거 같은데 아직도 해가 떠 있어 그냥 더 보고 다녔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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