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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페스에서 메르주가로 야간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잠은 자고 싶은데 길이 너무 고불고불 해서 버스가 너무 흔들린다.

나를 개복치라 칭할 수 있는 점의 또 한가지는 나는 멀미가 심한 편이다.
그래서 차안에선 핸드폰도 잘 못보고 책도 못봐서 일찌감치 모든 걸 포기하고 잠을 택해야 한다.

근데 이건 아무리 눈을 감고 잠을 청할래도 몸이 바이킹 마냥 흔들려 잘 수가 없다.

머리에 묵직한 통증과 느글거리는 배를 움켜지고 창 밖 먼 산을 바라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 내가 멀미에 고통 받고 있으면 아빠였나 엄마였나 먼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멀미가 나아진다고 해서 그 때부턴가 멀미가 심할때면 그냥 먼 산을 바라본다. 실제로 논리적이기도 하고 어느정도 효과적이다.

지금은 어둡기도 하고 실제로 이 곳엔 먼 곳에 큰 산이 없는 그냥 평지이지만

창 밖을 바라봤을 때

아 안 자길 다행이다 싶었다.

내 집 강원도 산골 보다 더 선명하고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별똥별도 떨어진다.

어둠속에 살짝 살짝 버스의 헤드라이트에 비춰지는 아무것도 없는 모래평지와 큰 바위산들 때문에
이 곳이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인 듯 싶었다.

강원도에서 별을 바라볼 땐 항상 고개를 힘껏 뒤로 젖혔었는데
이 곳은 하늘이 낮은 건지
내 눈높이에서부터 별들이 찬란하다.
버스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별들이 나무를 스쳐간다.


벌써부터 사막에서 많은 별들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해가 떠오르고 아직도 버스는 길을 가는데
양 옆은 전부 모래고 중간에 큰 바위 하나라던가 사구 조금밖에 안보이고 가운데 큰 도로만을 하나의 버스가 달리고 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사진이 이 풍경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마치 달 탐사 나온 것 같았다.
월레스와 그로밋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그 중 달로 놀러가 크래커에 달 표면을 칼로 조금씩 퍼서 올려먹는 편이 있는데. 그런 장면 같다. 어디선가 그 달에 있던 로봇외계인이 나올 것 같은 장면.

이 부근의 모래 언덕에선 암모나이트 화석이 나 온 곳이 있나보다.
진짜 웃긴게 모래 언덕에 엄청 크게 하얀 락커로 암모나이트와 ->fossil이라고 써놨다 ㅋㅋ

멀미로 시작해 모로코 감상과 이러 저러한 생각들을 하며 밤을 새워 달려오니 어느새 사막마을 하실라비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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