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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여유로히 브런치를 즐겼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또 오렌지 쥬스를 짜먹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밀린 블로그도 쓰도 드라마도 보내면서 지냈다.

오후에 심심해지니 많이 자라 덥수룩해진 T의 머리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럴 때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바리깡을 챙겨와 열심히 들고 다녔다. 먼저 T를 잘 구슬르고 저항하는 T와 협상하여 투블럭 머리의 옆머리와 뒷머리만 깔끔하게 밀기로 했다. 협상이 끝난 후 콧노래를 부르며 바리깡을 충전을 시킨 후 드라마를 한 편 보고 T의 머리를 신나게 밀었다. 그래도 꼼꼼히 밀었더니 깔끔하게 잘 밀려서 기분이 좋아 T를 화장실로 밀어넣어 씻으라 한 후 청소기를 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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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를 밀던 도중 쨍그랑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니 등이 떨어져 깨져있었다..
아마 청소기 줄이 탁자에 걸려 떨어졌나 보다.
남의 집 물건 깨뜨린데다 악명놓는 모로코 사람의 집의 물건을 깨뜨려 얼마를 청구할 지 모르는 상황. 진짜 머리가 하얘지고 어떡해야 할 지 엄두가 안났다.
엄청난 감정들이 몰려오고 한바탕 자책 후 일단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사과의 문자를 호스트에게 보냈다.


청소하다가 깨뜨렸다고 솔직히 말한 후 어떡해여 할까요 하니 아저씨가 램프를 하나 사놔야 한다고 얘기했다. 경비 아저씨가 램프를 보고 어떡할지 도와준다고 집에 찾아왔다. 아저씨는 깨진 램프를 보더니 별 문제 아니라며 쿨하게 말했다 ㅠ 램프는 자신이 사오겠다며 돈만 달라고 해 다행히 램프 정가 15유로만 받았다. 악명높은 모로코라 200-300유로 달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정말 천만다행이었다. 그 전까지 체한거 같이 속이 울렁거리고 손발이 차가웠는데 아저씨가 깨진 램프를 들고 웃으며 집을 나가자 그제서야 온몸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정말.. 여행 다닌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매번 사고 투성이라 심장이 쉴 새 없다..

이번엔 다행히 집주인 아저씨랑 경비 아저씨가 착한 사람들이라 좋게 해결됐지 그게 아니면 어쨋을지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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