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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펀다이빙 할 때마다 같이 다이빙을 했던 한국인 부부님이 다합을 떠나신다 하여 같이 점심을 먹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옷을 입고 나오는데 자꾸 어디서 이상한 다 뜯어진 옷 입고 나오길래 '그래 어디 나갈 수 있음 나가봐라' 라는 생각에 잔소리를 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집 앞 2m 넘게 쯤 왔는데도 T는 굴하지 않고 사진 찍어달라는 둥 혼자 엄청 즐거워 한다. 결국 손해 보는건 나 일 것 같은 기분에 빨리 갈아입고 오라며 소리를 빽 지르니 그재서야 다시 깨끗한 티셔츠로 갈아 입고 왔다.. 으휴

저 다 뜯어진 티셔츠는 십년이 넘은 티셔츠고 자신의 추억이 담긴 옷이라며 걸레가 되어도 버리지 않는다고 여행 올 때도 챙겨온 옷이다.. 사실 한국에서 이미 걸레였어서 내가 몰래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는데 그걸 또 꺼내서 고이 모시고 내가 또 버릴까봐 어딘가에 숨겨놨다 가지고 온것이다.



(약속 장소로 가던 중 만난 아기 고양이. 몸은 작은 놈이 빽빽 거리며 엄청 경계했다.ㅋㅋ)

어쨋든 우여곡절 깨끗한 티셔츠와 함께 약속 장소로 가는 중.

지금 만나는 부부님은 실제 만난지는 네 번? 정도 지만 항상 웃으시고 쾌활하신 분들이라 낯을 많이 가리는 우리도 금방 편해져 다이빙을 같이 즐길 수 있었다.
어느 날 얘기를 나누던 중 다합이 끝나면 유럽으로 가신다고 하시길래 내가 유럽에서 쓰고 남은 심카드를 선물로 드리게 됐다.
이제 쓸 일도 없고 내가 버리지 않고 갖고 있던게 생각이 나 드린건데
너무 고마워 하시며 꽈자를 선물로 주셨다 ㅠ
예상못했던 꽈자들에 매우 기분이 좋아져 그 분들이 더 고마워짐.. ㅋㅋㅋㅋ 꽈자 주는 사람은 다 착한 사람이여..



이 분들은 거의 매일 매일 다이빙을 하셔서 다합을 떠나는 날에는 40깡 넘게 채우고 떠나신다 했다. 우리는 지금 14깡. 아직 한참 멀었다. 우리는 다합 떠날 때 20깡이나 채우고 가려나..
다합이 펀다이빙이 매우 저렴해서 아예 뽕을 뽑으시고 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가진 돈이 매우 적은 관계로 일주일에 두 깡 정도로 조절해 가며 하고 있다 ㅠ 너무 어마어마한 취미를 만들어 부렸어..!

어찌됐든 무려 점심을 사주셔서 ..!
아침을 늦게 먹은 우리는 볶음 국수 큰 걸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다.

두번째 사진은 다른 분이 드신 중화풍 국수. 한 젓가락 먹어보니 매콤하니 괜찮았다. 레스토랑은 박스밀.

아 밥을 먹으면서 알게 된 신기한 일화.
이 부부님이 다합에 계시던 다른 분을 소개 시켜줬는데. 이 분이 우리를 터키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나는 기억에 없어서 계속 얘기를 하던 중. 우리가 셀축에 머무를 때 게스트 하우스에서 에페수스를 보려고 나가던 날. 일층에서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 사장이 우리를 보더니 밝게 인사를 하며 그 안에 얘기하던 한국 분과 인사를 시킨 적이 있었다. 그냥 스쳐가며 본 거라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그 분이었다고 했다. 그 분도 다합에서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ㅋㅋ 이건 내 생각이지만 아마 T의 예사롭지 않은 이미지때문에 기억하고 계셨던 것 같다. 어쨋든 참 세상 좁은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오르카에서 같이 찍은 사진! 여행와서 처음으로 말을 많이 튼 분들이랄까.. 즐거웠던 인연이다.

그 후 우리는 오르카앞의 Every day cafe로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





​터키에 이어 이번 집에도 이브리키가 있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땐 항상 달여서 마셨다. 그렇게 몇 번 먹으니 이제는 기계로 뽑은 커피가 먹고 싶다!!! 라는 마음에 찾아 온 카페.

라떼 마끼아또와 카푸치노, 디저트로 시킨 당근 케이크.

커피도 정성 스럽게 아트도 해서 갖다줬다. 오랜만에 먹은 기계로 뽑은 에스프레소는 맛.있.었.다. 확실히 달인 커피랑 맛이 다르다. 더군다나 여기 식료품점에서 사는 커피는 원두 간 거 자체에 카다멈이 조금 첨가가 돼있는것 같아 금방 질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에스프레소 머신이 별로 없다 보니 커피 가격은 코샤리가 10인데 반해 무려 30파운드다. 그래도 이집트 우유가 워낙 짙고 맛있어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같이 먹으려고 시킨 당근 케이크도 맛있어!! ㅠㅠ 이집트는 유제품 가격도 저렴하고 질이 좋아 케이크나 빵 종류가 참 맛있는 것 같다.

카페에 있던 직원 '지마'는 카페에 있는 손님들에게 참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친절하고 성실해서 호감이 가는 유형이었다. 우리가 커피와 케이크를 시키자 묻지도 않았는데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흔치 않은 커플 사진 겟!ㅋㅋ



창문으로 펼쳐진 푸른 홍해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 어디선가 희미하게 냐-옹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크게 들려와 우리 아래 멈추었다.

어디선가 찾아 온 이 친구는 처음보는데도 엄청난 친화력을 발휘하며 급기야 작업을 하고 있던 T의 노트북 위를 노렸다. 여기저기 자기의 체취를 묻히다 결국은 제압당했다.ㅋㅋ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노트북 위로 올라가 냐옹 거리며 애교를 한참 떨어주니 결국 서로 마음이 통했다.

서로 열심히 말을 해도 알아 들은 순 없지만 알 수 있을것 같은 기분.

이라 말해도 사실은 '참치 내놔라 인간들아'이겠지 ㅋㅋ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조용한 다합 바닷가에 따스한 햇빛이 지고 있다. 붉은 햇빛에 별다른 필터를 추가 하지 않아도 셔터를 누르면 걸작이 나온다.

열심히 모델 포즈를 지어보며 빙구 표정으로 마무리.

갑자기 동네 강아지들이 난리가 났다. 동네 개들의 구역에 한 외국인 아저씨가 자신의 세 마리의 개를 데리고 지나가자 어디선가 삼삼오오 동네 개들이 짖으면서 몰려온다. 위협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갑자기 동네 개 파티가 열린 분위기라 너무 웃겼다 ㅋㅋ 아저씨도 어이가 없는지 한참을 웃으면서 지나가셨다.

오늘도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다합 생활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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