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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12.04

남미여행에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던..! W트렉킹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토레스 델파이네라는 산에서 3박 4일을 하이킹이라 부를수 있는 트렉킹을 해야 한다는 말에 가능하면 정말 피하고 싶었는데..

T가 자신은 하고 싶지만 내가 그렇게 힘들다면 안하는 쪽으로 고려는 해보겠다고 말을 해줬다. 적어도 토레스 델 파이네의 트렉킹 사진을 보고 결정을 해보라는 말에 검색을 해봤는데. 확실히 힘들다고 포기해 버리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풍경 사진들이 많았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토레스 델 파이네 3박 4일짜리 W트렉킹!

w트렉킹의 준비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라는 도시에서 시작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토레스 델 파이네와 가까운 곳에 있는 도시로, 트렉킹을 하기 전에 모든 장비를 빌릴 수 있고 식품들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이 곳에 일단 1박 머무르며 트렉킹 장비와 3박 4일 어치의 식료품들을 사기로 했다.

트렉킹 장비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곳에서 빌렸고 식품은 시내의 유니마르크 마트에서 구매하면 된다.

장비 사진을 한 번에 모아 놓고 찍지 못했는데, 우리는 큰 배낭 하나, 캠핑장비2인세트1, 겨울 침낭 2개, 등산용 스틱1, 코펠1, 식기세트1 이 정도..? 빌렸던 것 같다.

*** 토레스 델 파이네는 날도 오락가락 하고 산에선 바람도 많이 불기 때문에 캠핑 하는 사람이라면 원래 자기가 갖고 다니던 침낭도 가져 가는게 낫다! 그래서 빌린 침낭 안에 내 침낭 깔고 자면 위생적으로도 좋고 따뜻하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누가 등산 스틱 빌려가면 좋다는 소리에 하나만 빌려서 갔는데.... 꼭 두개 빌려서 가야 한다! 등산용 스틱 그래봐야 도움 되겠어?! 했는데 이 게 내 또 하나의 팔,다리가 되어 주었다. 난 하나만 빌렸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꼭 2개 빌리시길!


이게 3박 4일 치의 식량. 처음에 들고 다닐땐 엄청 무거웠지만 하나 하나 까먹으면서 무게를 줄이는 것에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술을 좋아한다면 와인이나 술은 꼭 챙겨 가시길! 고된 하루를 보내고 텐트 안에서 한 잔씩 호록 하던 그 때가 그립다. (그치만 다시 고되게 보내고 싶진 않음ㅋㅋ)

장을 보고 다니는데 유독 줄이 길게 서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우리도 레몬 맛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꽤 많은 양을 주어 하나만 사서 나눠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맛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w트렉킹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다음 날 버스를 타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 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멋진 말을 탄 아저씨가 엄청나게 많은 소들을 몰고 있었다. 소몰이 하는 모습은 인도나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봤지만 여기는 말을 탄 아저씨가 소몰이를 한다! ㅋㅋ 그리고 소들도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게 맛..있어 보여.

그리고 한참을 더 가다보니 우리가 트렉킹을 할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 지방의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불리는 저 산,
저 아름다운 산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줄지 묘한 두근거림이 일고 걱정도 됐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며 가다보니 토레스 델 파이네 입구 오피스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장 티켓을 사고 등록 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청각실로 들어가 트렉킹을 하며 주의할 사항들을 공부하면 모든 준비 완료!

* 본격적으로 토레스 델 파이네 w트렉킹 시작!



(우리가 한 트렉킹 코스)

우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입구에서 티켓을 사고 교육까지 받고 나면 동쪽의 라스 토레스 호텔부터 시작 하는 사람들은 이 입구에서 작은 셔틀 버스로 갈아타서 움직이지만, 우리는 다시 아까 탔던 버스로 돌아왔다.

우리처럼 서쪽,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가는 페리를 타려면 자신이 타고 왔던 버스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면 다시 30분 정도를 올라가 페리 선착장에 내릴 수 있다.

페리 선착장에 내리면 이렇게 시간표가 있다.

근데 사람들 말로는 파이네 그란데로 가는 페리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고 했다. 잘 못 하면 2시간 정도나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았는지 선착장에 도착하자 페리 하나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페리를 발견하자 둘다 신이 났다. 처음부터 느낌이 좋구만!


가격은 한 사람당 만팔천 페소.

페리에 타면 가방을 산처럼 쌓아놓고 또 30분 정도를 간다. 가는 길에 산이랑 빙하를 볼 수 있기에 몇 외국인들은 페리 위쪽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 것 같았는데 난 너무 추워서 나갈수가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파이네 그란데 산장!



뒤에서 아름다운 파타고니아의 산이 ‘어서와~ 파타고니아의 산은 처음이지~?’라며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딱 봐도 엄청 높아 보이는데 나 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산장 예약을 안하고 다 유료 캠핑장을 사용 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양지바른 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둘 다 스스로 텐트를 치는건 처음이라, 신기하고 하나 하나가 재밌었다. 텐트는 사이즈가 작아보여 우리가 다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안에 들어가서 누워보니 딱 들어맞았다. 근데 더 큰게 있으면 짐 놓기는 좋았을것 같다.

밤에 바람이 매우 차다 해서 산을 등지고 텐트를 쳤는데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이 우리 앞쪽에 텐트를 쳐줘서 바람은 잘 피할 수 있었다.

텐트를 다 치고 나서는 그레이 빙하를 보러 트렉킹을 바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어젲밤 싸온 참치주먹밥과 용가리를 꺼내 먹었다. 원래 산 위에서 끓여먹는 라면이 최고라고, 이 곳에서 먹었던 도시락은 최고였다!

그렇게 도시락을 까먹고 있는데 캠핑장에서 쉽게 만나 뵙지 못하는 손님을 보았다. 바로 여우! 나는 처음에 이 놈이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상 밑에 뭐가 떨어진게 없나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기에 동네 개인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여우...! 이 곳의 여우는 토레스 델 파이네로 오는 많은 여행객에 벌써 익숙해 져있는듯 했다. 사진을 찍으러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여우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여우와 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렇게 여우는 캠핑장을 한 바퀴 돌고 숲으로 유유히 걸어가며 모습을 감췄다. 여우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첫째날 트렉킹 시작!


아까 쓴 사진을 다시 우려먹지만! (앞으로 설명 할 때마다 나올 것)

첫째날 트렉킹 코스는 사진의 파란 화살표이며 그레이 빙하 산장까지 갔다가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사실 그레이 빙하 산장까지는 편도4시간 정도로 왕복 8시간 코스지만(편도10.8km) 우린 가다가 그레이 빙하 전망대까지 가는 걸로 만족했다. 그래도 편도만 5.7km라 왕복 약 13km를 걸었다.!

이 코스는 w트렉킹 다른 코스들에 비해 쉬운 편이라 했지만 나한테는 많이 버거웠다 ㅠㅠ 그래도 우린 왕복 3시간 20분이 걸렸다. 첫 날 이니까 쉬엄쉬어 가자고~



그레이 빙하 전망대로 가는 길. 대체적으로 완만하지만 중간 중간의 오르막길이 엄청 힘들었다.

우리는 그래도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놓고 몸만 움직였지만 다른 여행자들은 배낭을 그대로 매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오늘은 편하겠지만 둘째날 나도 저러고 다니겠지 ㅠㅠ

한 없이 걷는 건 힘이 들지만 하늘과 풍경과 이름모를 많은 아름다운 풀들 때문에 심심하진 않았다.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 중.

가다보면 우리와 반대 쪽에서 오는 다른 여행객들이 부에노스디아스! 를 정답게 외치며 다닌다.

나도 처음엔 낯선 이와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3일째엔 완전 적응하게 된다.

가다가 중간에 멋진 호수를 앞에 두고 바위에 앉아 초콜릿을 까먹었다. 땀을 식히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바라보니 지금까지 힘든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고 걷는게 다지만 풍경이 멋있어서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쯤 되니 내 등산 스틱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알게 됐다. 등산 스틱이 없는 어떤 외국인들은 굵은 나뭇가지를 주어 스틱대신 사용하며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 내 사진엔 절대 빠질 수 없는 등산 스틱!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간달프처럼 나온다.



늪지대를 지나 돌 밭을 지나 다니니 정말 모험가가 된 기분이다. 그러다 ‘라고 그레이’ ,그레이 호수에 도착!


이 곳이 바로 토레스 델 파이네 서쪽의 트레킹 포인트 그레이 빙하!

저어기~ 멀리 보면 빙하가 보인다. 사진엔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빙하가 꽤 크게 보인다. 엘칼라파테와같이 빙하지역이 꽤 크게 형성돼 있다. 호수에는 빙하에서 떨어져 나 온 조각들이 둥둥 떠 다니고 있다.

또 적당한 자리에 풀썩 앉아 아까 먹던 초콜릿을 열심히 주워 먹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 섭취는 열심히ㅋㅋ



그레이 빙하 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파이네 그란데로 내려 오는 길.

풀 밭에 신기하게 생긴 꽃이 있었다. 작은 표주박 모양의 꽃 안에는 하얀 점액질이 담겨 있었다. 저 곳으로 벌레들이 모이는 건가?

그리고 사실 이 길의 나무들은 밑둥이 다 음산하게 탄 것처럼 생겼는데,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에서 2011년 대형 화재가 난 적이 있다. 원인은 한 여행객의 부주의로 일어난 화재라 하는데. 이스라엘 여행객이 캔에 불을 붙여 조리를 하려다 바람에 날려 화재가 난 것이라 했다. 그래서 실제로 국립 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갑자기 이스라엘 말로 경고문이 적혀 있기도 하고 종이에 캔에 불을 붙이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국립공원의 5천 700 헥타르나 피해가 났다고 하니.. 아직까지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와 식당에서 라면죽을 끓여먹었다.

이 때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캠핑장으로 내려와 화장실을 바로 들렸는데 여전히 덜렁거리는 내가 등산 스틱을 화장실에 그대로 세워놓고 나온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즐겁다고 조리를 다 끝내고 나니 문득 등산 스틱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이미 이십분 정도가 지난 상태라 화장실로 바로 달려 가봤지만 등산 스틱은 없어 진지 오래였다..

그래서 캠핑장 사무실에도 말해보니 사무실에 들어온 건 없다 하고..

이번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내 잘못으로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생각나며 정말 아찔했다. 그렇게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가 오는 캠핑장을 뛰어 다니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여자 화장실에서 등산 스틱 보신 분!!”하며 난리 치고 다닌 결과, 밥을 먹으러 가던 칠레 아주머니 두 분이 화장실에 버려진 등산 스틱이 있길래 자신의 텐트에 챙겨놨다고 했다. 그 때 정말 다행이라는 감정과 또다시 이 사람들이 나를 속여먹고 등산 스틱으로 돈을 요구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 오갔지만, 다행히 착한 칠레 아주머니들은 내 등산스틱을 무사히 돌려줬다.

그렇게 다시 등산 스틱을 소중히 껴안고 식당으로 가 울면서 밥을 먹었다. T가 하는 말이
식당이 통유리라 내가 식당을 뛰쳐나가고 캠핑장을 뛰어다니는 걸 봤는데 그게 엄청 웃겼다고 말해주니 그때야 웃음이 났다 ㅋㅋ 얼마나 바보같았을까

그 후로 칠레 아주머니 들과는 식당에서 마주칠때마다 정답게 인사를 했다.


밥먹으면서 기분 상한거 다 날리고 다시 텐트로 들어와 침낭안에 쏙 들어왔다. 많이 걷고 텐트들어와서 와인 한 잔 하고 누워있으니까 뭐 하는 것 같다~ 이러면서 내일 아침을 위해 잠을 청했다.

밤에 갑자기 눈이 띄어졌다. 바람이 텐트를 부딪히는 소리만이 났다. 침낭에서 나와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와보니 캠핑장에 큰 달이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많이 걸어야 할텐데 날이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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