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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06


둘째 날 코스는 사진의 빨간색 화살표로,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노 산장까지 가서 짐을 내려 놓은 후, 브리타니코 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이탈리아노로 내려와 짐을 챙겨 프란세스 캠핑장으로 가는 말만 들어도 힘든 코스다.

1. 프란세스 산장부터 이탈리아노 캠핑장(평균 2시간 30/7.6km)

2. 이탈리아노 캠핑장에서 브리타니코 전망대(평균 2시간 30/5.5km) - 왕복

3. 이탈리아노 캠핑장에서 프란세스 캠핑장(평균1시간 30/2.5km)

이렇게 총 21km 를 걸어야 하는 코스이지만..!

우린 실제로 2번에서 너무 힘들어서 브리타니코 전망대까지 가지 않고 브리타니코 전망대로 가는 중간에 있는 프란세스 전망대까지 갔다 내려왔다.


둘째 날 코스 시작.

다른 사람들은 벌써 텐트를 접고 일찍 출발 한 듯 보였지만 우린 아침을 먹고 아침 아홉시 반에 배낭을 매고 첫 발을 내딛었다.

일단 우려와 달리 날은 매우 좋아 보여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첫째날과 달리 모든 배낭을 짊어지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웠다.

그러나 고개를 들면 보이는 멋있는 풍경 덕에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다.

아침에 시작할 땐 날이 좋았는데 산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구름이 끼더니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구름이 개고 해가 쨍하게 내리 쬐고 산에서의 날씨 변화는 다채로웠다. 그러나 그렇게 될수록 모험자의 영화를 찍는 것 같아 우린 더 즐겁게 움직였다.


한 두시간 쯤 걸어가니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받아온 물이 동나고 말았다. 그렇게 마른 입으로 헥헥 대며 걷다 보면

어디선가 쏴아-하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우리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들처럼 신나 강가로 달려갔다. 아직도 한 낮의 산에서 들리던 그 물소리를 생각하면 가벼운 설레임이 인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흐르는 물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다. 그렇게 달콤한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물병에 한 가득 담아 새 발을 내딛는다.



앞에 보이는 저 산봉우리는 라스 토레스 산봉우리라 불리는 곳으로 토레스 델 파이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저곳이 우리의 마지막 목표.

진흙밭을 지나고 물길을 지나면 한 사람만 건널 수 있다는 긴 다리가 나온다. 실제로 다리 위에서 걸으면 엄청 휘청 휘청 거린다. 무서워서라도 한 명 제한을 계속 지켰다. 이 곳을 지나면 드디어 첫번째 포인트 이탈리아노 캠핑장에 다다르게 된다.


이 곳에서 머무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처럼 브리타니코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탈리아노 캠핑장의 사무실 옆에는 많은 여행자의 짐을 맡을 수 있도록 돼있다. 실제로 짐을 막 던져 놓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보호는 안되지만, 어차피 훔쳐 가지도 못할것 같다. 훔쳐가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ㅋㅋㅋ

이 곳에 우리도 짐을 던져 놓고 다시 흐르는 물을 물통에 담고 브리타니코를 향해 올라갔다.


파이네 그란데에서 이탈리아노로 오는 길은 돌 길 이긴 해도 완만해서 다닐 만 했는데, 브리타니코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경사진 바위 길 이었다..

이 길이 진짜 맞아? 할 정도로 험난한 길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포기를 선언했다.

산과 호수가 잘 보이는 큰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지친 발을 쉬이며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우리랑 같이 올라가던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있었는데 할머니도 우리가 쉬는 걸 보더니 우리랑 비슷한 곳에 자리를 피고 앉으시고, 할아버지는 결의를 다지고 다시 올라가시기 시작했다. 나이도 엄청 많아 보이시는데 진짜 대단하신 분이다.

다시 이탈리아노 캠핑장으로 내려와 짐을 챙겨 프란세스 캠핑장으로 가는 중.

삼십분 걸린다며...! 사실 한 한시간은 넘게 걸렸던거 같다. 그래도 프란세스 캠핑장으로 가는 길은 또 완만하고 아름다운 길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왼쪽엔 방금 우리가 올라가려던 프란세스 산봉이 보이고 오른쪽엔 토레스 산봉이 보인다.

그 분위기가 너무 극과 극이라 오즈의 마법사처럼 검은 마녀가 사는 세계와 착한 마녀가 사는 세계처럼 보였다. 그 가운데 선 요행 부리는​ 초보 모험자.

드디어 둘째날 마지막 포인트인 프란세스 캠핑장 도착.

사무실에 직원이 밥을 먹으러 간 상태라 직원을 기다리며 초콜릿을 까먹었다.

두번째로 텐트를 치는 거라 그런지 이번엔 처음보다 더 빠르게 칠 수 있었다.

텐트를 치고 바로 저녁을 해 먹고 첫 날 보다 고됐던 둘째날을 마무리 했다.

셋째날은 노란색 화살표 코스로, 프란세스 캠핑장에서 라스토레스 캠핑장으로 가는 길이다. 이번엔 코스 절단 없이 무조건 15km 정도를 걸어야 하는 날. 한 다섯시간 정도는 걸었던 것 같다.

셋째날도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멋진 호수를 따라 걸어갔다. 날이 좋아 호수에 하늘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요행 없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걸어가다 잠시 당 섭취를 위해 앉아 호수를 바라봤다.

언급은 안했지만 3박 4일 동안 스쳐지나가는 많은 여행자와 눈인사와 잠깐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당섭취 뿐만 아니라 이런 잠깐의 대화도 서로 힘을 낼 수 있게 해줬다.

외국인들은 우리처럼 3박 4일의 w트렉킹 말고 9박 10정도로 토레스 델 파이네를 완주 할 수 있는 코스를 많이 다니는 것 같았다. 우리도 나중에 등산화나 등산 스틱을 제대로 갖추고 이곳에 도전할 수 있기를!

이번 코스에선 한 번 길을 잘 못 들어 짜증이 났었지만 예쁜 꽃밭을 건너고, 깊어서 신발을 벗고 건널 수 밖에 없었던 물길을 지나며 기분이 다시 풀릴 수 밖에 없었다. 꽁하며 지나다니기엔 너무 아름답고 재미있는 곳. 저 물길을 지날 땐 정말 발이 어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 물길을 지나곤 다들 발을 햇빛에 한참 말리며 휴식을 갖고 출발했다.

길 끝에 라스 토레스 캠핑장이 개미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쯤이 4시간 쯤 걸었을 때.

이미 많이 지쳤지만 하늘에 외계인이 있을 것 같은 이상하게 생긴 구름이 있었다.

이 곳은 또 갑자기 다른 풍경이었다. 진짜 길 다니는 내내 눈이 너무 즐겁다.

라스 토레스 산 봉 아래 있는 라스토레스 캠핑장에 도착. 이 곳엔 아예 운동장만한 텐트를 빌려주는 곳이라 우린 짐만 풀고 바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우리 텐트는 들어가서 누우면 시체처럼 일자로 누워야 둘이 꽉차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 텐트는 그거에 비하면 일등급 호텔 같았다.

깨끗하고 폭신한 침낭까지 빌려줘서 지금까지 잔 것 중에 제일 따뜻하고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러나 토레스 델 파이네의 마지막 날 4일 째에는 새벽1시부터 일어나 올라가 토레스 산 봉 위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해가 떠 있을 때 잠이 들었어도 많이 자지 못했다.



대망의 마지막 코스!

라스토레스 캠핑장에서 토레스 산봉으로 올라갔다 오는 코스로 20km 걷고 왕복 8시간 걸리는 제일 힘든 코스다.


이번에도 코스 절단을 할 수가 없어..

우린 라스토레스 캠핑장에서 깊게 잠을 자다 새벽 한 시를 알리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일어나서 보니 아직도 한 밤중이라 너무나도 적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추웠다.

어쨋든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짐을 챙겨 텐트안에 넣어놓고 걷기 시작했다.

산에 들어가기 전에는 달빛이 어느정도 밝아 앞길을 밝혀주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로지 달이 비춰주는 곳을 보고 걸어갔다.

이번엔 정말로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 거라 바위길을 어둠속에 올라가려니 너무나도 힘들었다. 더군다나 라스토레스 캠핑장은 물이 뿌얘서 여분의 물을 담아오지 못한 터라 걸은지 삼십분 정도가 지나자 둘다 탈진 증상이 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산을 오르는 길이라 물 소리는 산 아래에서 들리기만 했다.

한시간 반쯤 가다 정말로 포기 하고 싶을 때 앞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위에서 흐르는 물이 있어 우린 미친듯이 물을 퍼마시고 여분의 물도 담을 수 있었다.

이젠 산으로 들어와 달빛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 빛 만을 의지해 걸어 올라갔다. 토레스 산봉에서 일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올라갈 때에는 한 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칠레노 산장 쯤 가니 그때부터 출발하는 네명의 외국인 무리가 있었다. 그때부턴 동료가 생겼단 마음에 더 힘내서 갈 수 있었다.

산 안에는 완전 숲이라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아 꽤 고생을 했는데 네명의 외국인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라 서로 길을 찾아주고 하며 힘내서 올라갈 수 있었다. (이게 꽤 재미있었다.ㅋㅋ)

드디어!!! 토레스 산봉에 도착. 우리가 올라가면서 어둠은 걷혔지만 아직 너무 춥고 해가 보이지도 않았다.

아까 그 외국인 무리는 돌길에 침낭을 피기 시작하더니 애벌레들처럼 다들 침낭에 들어갔다.!!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 하며 일출이 오기까지 바위 틈에 숨어 몸을 덜덜 떨며 추위를 피했다. 아니 이렇게 온 이상 해가 다 뜰때까지 기다려야 겠다는 오기가 생겼었다.

그러다 결국 너무 추워서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ㅋ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너무 일찍 출발을 했던 것이다.. ㅋㅋㅋ

일출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정말 진귀한 경험 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해가 떴다.

내려가면서 보니 우리가 작은 핸드폰 불빛만 보며 앞길만 가며 물을 찾아 헤매이던 그곳은 좁고 높은 길이었다. 어두워서 앞길밖에 안보였었는데..

사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은데 밑에서 자꾸 물소리가 나길래 점프를 해서 물을 마시러 갈까 했었는데. 그럼 바로 황천행이었던 것이다..ㅋㅋㅋㅋㅋ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이런 길을 그 어두울 때 오다니..

돌아오는 길에 이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사람들에게 해맑게 인사하며 속으로 고생해라~ 난 이제 이 곳을 나간다 라고 웃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은 7시간 30분 정도의
트렉킹으로 마무리 했다.

마지막 날 쯤 되니 발이 다 부르트고 물집이 잡혀 조금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더군다나 무릎이 끊어질것 같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진짜 다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갈 땐 몸이 완전 망신창이 였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다시 오고 싶은 곳 토레스 델 파이네. 산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내가 산의 아름다움을 안 곳이다. 여기 다니면서 안나푸르나도 가보고 몽블랑도 가보고 한국의 많은 산도 가보자는 약속을 했다.

세상엔 정말 멋있는 곳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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