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창을 사이에 두고 해와 달은 여 승무원이 바뀔 때마다 산등성이를 끼고 서로를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는 걸 문득 아는지 다시 밑으로 들어간다. 옆 자리엔 할머니가 앉아계셨고 한 소년이 들어와 서로 원래 아는 사이였던양 인사를 하고 소년에 부모의 안부를 물었다. 그 둘이 가고 나이든 남자들은 흔들리는 술 잔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세월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한참을 논하다 코가 빨개 잠이 든다. 그들은 아직 해가 나오기 전 짐을 들고 기차를 내렸다. 여자와 그의 아버지가 짐을 들고 기차에 올랐다. 아버지는 여자의 짐을 의자에 넣어주고 한참 얘기를 하다 빼-액 기차가 울자 딸에게 볼 인사를 하고 쓸쓸 한 듯 기차를 내렸다. 아버지가 떠나고 한 남자가 들어와 둘은 수줍게 눈..
기차 안의 사람들은 해가 밝았는지 상관없이 다들 아직 자고 있다. 여기선 아침 점심 저녁 상관 없이 배가 고프면 일어나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우리도 출발 전 사온 식량들을 하나 하나 아껴가며 먹는다. 하나 사온 초콜렛은 아까 다 먹었다. 과자를 많이 사올 걸 그랬다. 물도 반 통 남았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그게 아니라도 기차 통로로 간간히 빨간 앞치마, 까만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이 음식을 들고 다니며 소리를 지르며 판다. 좀 비싼게 흠이지만. 이 기차 안에 우리만 다르게 생겼는지 통로로 지나다니면서 사람들은 흘기흘깃 쳐다보고 간다. 그래도 차가운 눈빛은 아니다. 바깥은 어제부터 같은 풍경이다. 하얀 나무들이 줄 지어 공간을 채우고 파란 하늘과 꽉 찬 구름 갈색 풀 밭. 시골 풍경이다..
2017.04.09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쿠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차를 탔다. 3박 4일의 기난긴 기찻 소리가 들릴 것이다. 두번째 기차를 타는 거라고 꽤 능숙히 자리를 찾아 들어왔다. 이번엔 침대칸으로 앉았다. 둘이 침대칸에 상을 펴 앉아 창밖을 보는데 꽤 낭만적이다.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화전방식을 취한다. 지나가는 길을 보면 밭에 불이 일렁인다. 따스하게 햇빛이 나리고 창 밖을 보며 듣는 이소라 7집이 잘 어울린다. 도란도란 러시아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말소리를 들으면서 누워 잠들고 우리도 가끔 올라왔다 내려왔다 도란도란 우리만 아는 얘기를 한다. 창 밖은 어느덧 어둑어둑 해지고 시골의 별 빛을 내었다. 뒤 쪽으론 또 다른 기차가 같은 길을 가는지 따라오고 있다. 우리도 어느새 도란도란 소리를 ..